[이코노미조선]우리의 감정을 사로잡는 <김이나의 작사법> 저자 인터뷰 ● 작사가 김이나

“가사만 좋아서는 노래가 히트할 수 없지만,
오랫동안 사랑받는 곡은 가사가 절대 허술하지 않습니다”
기사입력 2015.06.08 17:15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로를 알아보고….’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를 들을 때면 늘 아름다운 멜로디에 녹아든 가사에 귀 기울이게 된다. 가사보다 멜로디가 더 익숙한 노래가 대부분이지만, 명곡들의 대부분은 ‘좋은 가사’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좋은 노래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여러 가지 요건이 전제돼야 하겠지만 그 중 중요한 점 하나는 바로 가사, 노랫말일 것이다. 하지만 작사가들의 세계는 대중들에게 다소 덜 알려져 있다. <김이나의 작사법>은 작사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만한 책이다.

아이유의 ‘좋은 날’, ‘잔소리’, ‘너랑 나’,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어쩌다’, 조용필의 ‘걷고 싶다’, EXO(엑소)의 ‘Lucky’, 김건모의 ‘울어버려’, 신승훈의 ‘You Are So Beautiful’, 이효리의 ‘천하무적 이효리’, 성시경의 ‘10월에 눈이 내리면’, 토이의 ‘인생은 아름다워’ 등…. 300여곡이 넘는 곡을 작사해온 김이나 작사가의 ‘작품’들이다. 그는 멜로디와 가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타블로씨가 한 말인데요. ‘멜로디가 얼굴이라면 가사는 성격’이라고요. 멜로디는 말 그대로 얼굴과도 같아서 첫 호감을 끌어옵니다. 대중들은 멜로디로 먼저 곡을 인지하고 반복해서 듣다가 그제야 가사에 귀를 기울이죠. 남녀관계에서는 상대가 아무리 잘생기고 예뻐도 성격이 별로 좋지 않으면 감정이 금방 식고, 외모도 호감인데 알아갈수록 성격까지 좋으면 사랑에 빠지게 되죠. 마찬가지로 가사가 좋으면 곡은 롱런합니다.”

그의 데뷔곡은 2003년 발표된 성시경의 ‘10월에 눈이 내리면’이었다. ‘그렇게 기다려온 겨울이 오려나 봐요. 소박한 고백 모자랄까 하얀 세상 함께 드리려 했죠.’ 이렇게 시작되는 곡이다. 데뷔곡을 유명가수의 곡으로 발표할 수 있다는 건 신인 작사가에게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작곡가는 달리 설명이 필요 없는 김형석이었다. 김이나를 작사가의 길로 이끈 이는 바로 김형석 작곡가이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이런저런 직장을 옮겨 다니다가 모바일 콘텐츠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김형석 작곡가를 만날 기회가 생기게 된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당돌하기 짝이 없는데 그 대단한 작곡가에게 대뜸 ‘작곡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었다”며 웃었다.

“재능이 있어야 가르칠 수 있다면서 작업실에 한번 와보라고 하셨어요. 피아노를 한번 쳐보라는 말에 말도 안 되는 멜로디를 넣어가며 뻔한 코드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작곡은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면서 그래도 감사한 마음에 ‘김형석 with Friends’ 콘서트에서 제가 찍은 사진들을 보러 오시라고 제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드렸어요. 그런데 사진을 구경하던 김형석 작곡가가 제가 쓴 일기 게시판을 둘러보고는 ‘글을 재미있게 쓰는데 작가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하시더라구요.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화려하게 작가사로 데뷔했지만 이후 5년 가까이 직장생활과 작사가를 겸해야만 했다. 그는 “한 곡을 발표했다고 해서 바로 눈부신 작사가의 길이 열리지는 않았다. 저작권료 역시 여러 곡이 쌓였을 때나 일반 직장인 초봉 정도의 수익이 될까 말까 하다. ‘10월에 눈이 내리면’으로 처음 들어왔던 저작권료가 6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12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는 2015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선정한 ‘저작권료 수입 1위 작사가’에 이름을 올렸고, 2012~14년 3년 연속 K팝 어워드의 ‘올해의 작사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사가의 평소 생활은 어떨까. 기자처럼 데드라인(마감시한)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작사가의 능력 중에는 잘 쓰는 것 뿐 아니라 ‘빨리 쓰는 것’도 포함된다.

“지금도 오늘밤 안으로 작사를 해야 하는 곡들을 가지고 있어요. 1주일 정도 시간을 주고 의뢰하는 경우는 사실 느긋하게 받는 편이에요. 저는 일이 있거나 없거나 매일 작업실에 나가서 앉아있어요. 습관처럼 훈련이 된 거죠. 우리 일이 트렌드에 따라 확 뜨고 지는 부침(浮沈)이 심하거든요. 요새 누가 가사를 잘 쓴다 하면 그쪽으로 의뢰가 몰려요. 이 일이 참 불안한 직업이기도 해요. 저도 한 2주 정도 곡 의뢰가 안 들어오면 불안해져요.(웃음)”

김이나 작사가가 가사 작업을 앞두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캐릭터 설정’이다. 이 캐릭터란 가사 속 주인공이 ‘소심한가’, ‘순정파인가’ 하는 굵직한 성격에서부터 ‘경험은 많은가’, ‘연애 당시 최선을 다한 사람인가’ 하는 세밀한 요소까지 생각해 가사 전체를 통해 나타나는 ‘인물’을 실제 존재하는 사람처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는 “캐릭터를 잡을 때 반드시 염두에 두는 점은 바로 그 노래를 부를 가수의 실제 모습이다. 그 사람의 사적인 모습이라기보다는 범(汎)대중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 가수의 모습들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김이나 작사가의 장점은 이선희, 조용필과 같은 연배 있는 기성가수들의 곡 뿐 아니라 아이유, 엑소, 샤이니, 인피니트, 빅스와 같은 아이돌 노래까지 모두 소화 가능하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캐릭터 설정에 공을 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앳된 얼굴의 신인 여가수가 살 만큼 살아본 여자의 관점에서 이별을 이야기한다든지, 누가 봐도 경험 많아 보이는 남자 중견 가수가 처음으로 설레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한다면 아무래도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돌이킬 수 없는’을 부를 당시 가인은 독기가 가득했어요. 대중적으로도 ‘아브라카다브라’를 통해 ‘센 캐릭터’로 인지되어 있었죠. 이런 실제 모습을 가사에 조금씩 녹여 넣으면, 가수가 스스로 감정을 이입해 노래할 때 더 좋은 영향을 주거든요. 근데 가인이는 겉으로는 세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속은 여리고 약한 아이예요. 노련한 가수들은 가사에 맞게 ‘연기’를 하기 때문에 정말 자기 이야기를 하는 듯한 감정으로 노래를 해요. 또 녹음하기 전에 가수에게 ‘나는 네가 이러이러한 면이 있는 것 같아서 이런 표현을 썼다’고 말해주면 그게 맞아떨어졌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가수의 표현력이 훨씬 풍부해집니다.”

아이유의 히트곡도 여러 곡 쓴 그는 아이유와의 사이도 각별하다. 아이유는 추천사에서 ‘김이나 작사가님은 내가 좋아하는 이성적인 어른들 중 가장 감성적이다…혼자 가사를 쓰다가 막힐 때 이나 이모라면 어떻게 풀었을까 하고 생각해보는 나로서는 진심으로 이 책이 반갑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많이 만나다보면 나보다 깨친 것이 많은 사람을 대할 때 오는 기분 좋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보통 그런 기분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상대할 때 들었는데, 아이유를 보면서 나보다 한참 어린 친구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타고난 그릇이 정말 큰 아이구나’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탄탄한 내공이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히트곡을 갖고 있는 김이나 작사가의 수입도 궁금했다. 그의 노래 한곡 당 작업비는 150만~200만원 정도다. “잘 벌긴 하지만 어마어마한 규모는 아니에요. 또 매달 기복이 아주 심합니다. 들어오기 전까진 얼마나 들어올지 몰라요. 예를 들어 이번 달에 500만원이 들어오고 다음 달에는 100만원이 들어올 수도 있어요. 그래서 한 100곡 정도를 넘기기 전에는 고정 지출과 같은 계획을 세우기는 좀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저작권료는 방송, 음반판매, 다운로드 수 등을 모아 집계되는데 곡 수가 많더라도 타이틀곡이 별로 없으면 수입 면에서는 큰 의미가 없어요. 또 잠깐 히트한 곡은 3개월 정도 수입이 들어오다가 차트에서 내려가고 사람들한테서 잊혀지면 뚝 떨어집니다.”

김이나 작사가는 김형석 작곡가 등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았다. 한국판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로 불리는 ‘새 시대 통일의 노래’의 작곡과 작사를 맡아 오는 8월1일 발표한다.

국내 가수 및 스타 33명이 참여하는 음원과 뮤직비디오다. 이어 8월15일 미국과 일본, 중국에서 ‘광복 70주년 통일을 노래하라’ 기념행사가 개최되고, 9월19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새 시대 통일의 노래 콘서트’가 열린다. 그는 “어깨가 무겁긴 하지만 어른들과 젊은 친구들이 통일에 대해 같은 염원과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라며 웃었다.

글: 조성아 기자 (jsa@chosun.com)
사진: 오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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